붉은 노을 속, 홍혼빛 거리의 시간

붉은 노을 속, 홍혼빛 거리의 시간

광주 홍혼빛 거리는 노을이 내려앉을 때면 이름 그대로 붉은 빛에 물드는 공간이다. 비가 갠 뒤의 거리는 더욱 투명해져, 젖은 아스팔트 위에 차량 유리창이 거울이 된다.

그 위로 황홀한 붉은 빛이 번져 가며 마치 물감을 흩뿌린 듯한 풍경을 연출한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시민은 이 순간을 가로지르는 움직이는 초점이 된다.

그의 바퀴에서 튀는 물방울이 노을빛을 할퀴고, 핸들을 잡은 손에는 아직 차가운 빗물이 맺혀 있다.

한식주점 앞에서는 비에 젖은 간판이 희미하게 빛나고, 안쪽에서 들려오는 웃음과 접시 부딪히는 소리가 거리의 정적을 깬다.

그러나 노을이 차량 유리창에 비치는 순간, 모든 소리는 멀어진다.

붉은 빛은 유리창을 타고 흐르다가 도로의 물웅덩이에 다시 잡힌다.

마치 하늘과 땅이 서로의 색을 주고받는 의식처럼.

이 풍경은 일상의 소란 속에서도 눈을 들어 하늘을 보라는 이야기 같다.

비가 씻어 낸 거리, 그 위에 스민 노을은 우리가 종종 지나치는 순간들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자전거를 멈추고 고개를 든 시민은 어느새 휴대폰 카메라보다 먼저 마음의 셔터를 눌렀을 것이다.

붉은 빛은 그의 얼굴에 스며들었고, 이어 곧 찾아올 밤을 위한 황혼의 인사처럼 잔잔히 사라진다.

홍혼빛 거리의 이 풍경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호흡과 인간의 발자취가 만나 이룬 순간적 예술이다.

노을이 지면, 거리는 다시 익명의 어둠으로 돌아가지만 그날의 붉은 기억은 차량 유리창에 남은 물기처럼 오래도록 반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