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의 여인들, 비단을 잣는 강
달랏의 안개는 실크처럼 부드럽게 산허리를 감싼다.
고원의 도시, 이곳에서 여인들은 비단을 다룬다.
그들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실크는 강물처럼 흐르는데, 마치 땅속에서 우러난 물이 실로 승화한 듯하다.
비단 수 그것은 명주실이 풀어지는 속도이자, 여인들이 베틀 앞에서 흘리는 시간의 결이다.
아침이 밝아올 때면 달랏 시장 골목에서는 비단 장수들이 물오른 색깔의 천을 펼친다.
보랏빛, 차밭의 녹색, 야생 난초의 흰색이 실크 위에 스며들어 마치 물감이 강물에 번지는 것 같다.
여인들은 손수 짠 천을 만지며 “이 실크는 달랏의 이슬을 머금고 자랐어요”라고 말한다.
그들의 말투에는 고원의 서릿바람이 스며 있고, 손바닥에는 명주실이 남긴 미세한 물결 자국이 새겨져 있다.
공방 안에서는 베틀 소리가 물레방아 돌아가는 리듬과 어우러진다.
여인들이 발로 패달을 밟을 때마다 수천 개의 실크 실이 공기의 진동에 맞춰 춤춘다.
그 사이로 창문 너머 달랏 호수의 물빛이 스며들어, 실과 실 사이를 적시는 투명한 실루엣을 만든다.
누군가는 이 광경을 두고 “베틀 위에 강이 흐른다”고形容했다.
정말로, 그들의 작업대에는 색동물결이 출렁이고, 잉크처럼 퍼지는 실크의 색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오후의 황금빛, 저녁의 연보라빛이 실크 위에 갈아입히는 순간, 여인들은 천을 말아 올리며 “이제 이 물은 바다로 갈 거예요”라고 속삭인다.
달랏의 실크는 강과 닮았다. 흐르고, 휘감고, 비껴 가며 결국엔 어딘가에 스며들기 위해. 시장 끝자락에서 한 노파가 펼쳐 보이는 감색 실크는, 그 위를 스치는 바람에 파문이 일듯 잔물결 친다.
옆에서 어린 소녀가 손가락으로 천을 톡톡 치자 소리는 물방울이 연못에 떨어지는 것처럼 맑다.
“할머니, 이 실크는 왜 이렇게 차가워요?”
“오랫동안 달랏의 밤을 품었으니까.”
어둠이 내리면 실크 장수들은 천을 말아 간판 불빛 아래 내려놓는다.
전기불에 비친 실크는 이제 검은 강물처럼 보인다.
그 속에 반짝이는 것은 별이 아니라, 실크의 금실이다. 여인들이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바닥에 스치는 실크의 끝자락이 밤공기를 적시는데, 그것은 마치 달랏의 거리를 가로지르는 보이지 않는 강의 흔적이다.
이 도시에서 비단은 결코 단순한 직물이 아니다.
그것은 고원의 안개를 짜 넣은 것이고, 여인들의 삶을 관통하는 시간의 강이다.
그들이 베틀 앞에서 한 땀 한 땀 내려놓을 때마다, 달랏의 계곡에서는 새 봄마다 강물이 실크처럼 부드럽게 흐른다.